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에서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며 한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선수가 이번에 자신이 막판에 세리머니를 하다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14일 대한롤러스포츠연맹과 타이완 매체에 따르면 전날 타이완 타이난에서는 타이완 전국체전 롤러스케이트 남자 1,000ｍ 경기가 펼쳐졌는데, 앞서 달리던 황위린이 세리머니를 펼치다 역전당한 것입니다.

그는 결승선 통과 직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뒤따르던 자오쭈정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왼발을 쭉 내밀어 역전을 일궈냈습니다.

1위(1분27초202)와 2위(1분27초172)의 격차는 0.03초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역전패당한 선수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타이완 국가대표팀이 펼친 대역전극의 주인공 황위린이라는 것입니다.

황위린은 지난 2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ｍ 계주 경기에서 전 종목을 통틀어 대회의 '하이라이트' 장면 10선에 꼽힐 만한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지막 바퀴를 돌 때만 해도 한국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습니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승리를 예감하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세리머니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뒤따르던 황위린은 끝까지 전력 질주를 하더니 결승선에 왼발을 쭉 밀어 넣었습니다.


결과는 타이완의 0.01초 차 승리였습니다.

짜릿한 역전승을 일군 타이완 선수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정철원, 그리고 그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동료 최인호(논산시청)가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은 승부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날 한국이 금메달을 따냈다면 둘은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긴 황위린은 경기 뒤 "상대가 축하하고 있는 걸 봤다. 난 그들이 축하하는 동안 여전히 내가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멋들어진 소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보름도 안 돼 '끝까지 싸운' 상대에게 역전패당하고 말았습니다.

두 대회 결승선 통과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면 '배역'만 달라졌을 뿐 선수들의 '포즈'는 거의 판박이 수준입니다.

타이완 전국체전에서 황위린에게 역전승한 선수는 자오쭈정으로, 항저우에서 함께 3,000ｍ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선수입니다.

항저우에서 눈물 젖은 은메달을 목에 건 정철원과 최인호, 그리고 최광호(대구시청)는 전남 일원에서 치러지고 있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도전을 이어갑니다.

(사진=트위터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