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주에 한 번씩 피멍 들었다…최정, 또 다른 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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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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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선발 크로우의 공에 맞고 괴로워하다가 교체되는 최정
프로야구 공인구의 무게는 143g 내외에 불과하지만, 시속 140㎞가 넘는 속도로 던지면 흉기로 변합니다.
투구에 맞는 타자는 수 톤에 달하는 충격을 받고 몸을 다칩니다.
피멍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도 예사입니다.
공에 맞아 사망하는 일도 있습니다.
1920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격수 레이 채프먼은 뉴욕 양키스 칼 메이스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로야구 타자들은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을지 모른다는 극한의 두려움을 안고 타석에 섭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고통, 공포와 싸우는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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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몸에 맞는 볼
공에 맞는 아픔을 지난 20년 동안 1주에 한 번꼴로 경험한 선수가 있습니다.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신기록을 눈앞에 둔 SSG 랜더스의 간판타자 최정(37)입니다.
2005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유독 많은 사구를 기록했습니다.
2005년 2개의 사구를 시작으로 매년 20번 안팎으로 몸에 맞는 공에 시달렸습니다.
최정의 사구 기록은 독보적입니다.
17일까지 통산 2천184경기에서 330번 투구에 몸을 맞았습니다.
6.6 경기 당 한 번꼴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것입니다.
그의 기록은 KBO리그를 넘어 세계 주요 프로리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MLB의 최다 사구 기록은 휴이 제닝스의 287개이고, 일본프로야구에선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세운 196개가 최다입니다.
최정은 일찌감치 일본, 미국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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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 맞고 괴로워하는 최정
최정이 사구를 많이 기록하는 이유는 특유의 타격폼 때문입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홈 베이스에 붙어서 스윙하는 최적의 타격폼을 완성했습니다.
최정은 이 타격폼으로 리그 최고의 타자로 올라섰으나 문제도 있었습니다.
베이스에 붙어서 타격하는 바람에 몸 쪽 공을 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최정은 부상 위험과 사구를 줄이려고 타격폼 수정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밸런스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몸에 맞는 공을 감수하며 타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꼴로 투수가 던진 공에 맞으면서도 최정은 일어나고 또 일어났습니다.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과 공포를 이겨내고 투수와 맞서 싸웠습니다.
최정이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세운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타이기록(467개)은 공에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운 성과라 더욱 의미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최정은 KBO 개인 통산 홈런 신기록에 도전한 17일 첫 타석에서 사구로 쓰러졌습니다.
최정은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홈 경기 0-2로 뒤진 1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윌리엄 크로우가 던진 공에 맞았습니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시속 150㎞ 투심 패스트볼에 왼쪽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습니다.
정밀 검진 결과는 갈비뼈 미세 골절로 약 한 달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구로 홈런 신기록 도전은 잠시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최정은 한미일 프로야구 최초로 330사구 고지를 밟았습니다.
홈런 기록만큼 값지고 의미 있는 도전의 흔적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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