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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다시 든 홍명보 내 안의 뭔가가 꿈틀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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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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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다시 든 홍명보 "내 안의 뭔가가 꿈틀거려" 이미지 확대하기
▲ 취재진 질문 듣는 홍명보 감독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없습니다. (제 안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습니다."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정규리그 홈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택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섰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습니다.

생각이 바뀐 이유를 묻는 첫 질문에 홍 감독은 7분 넘게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주도하는 한국형 축구 모델인 'MIK'(Made In Korea)가 현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이 기술이사는 지난달 20일 각급 연령별 대표팀부터 A대표팀까지 하나의 축구 철학으로 아우르는 것을 골자로 하는 MIK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축구협회 전무 시절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을 전술적으로 한 체계 안에 묶는 작업에 대해 필요성을 느꼈고, 관심도 많았다는 홍 감독은 "정책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A대표팀 감독이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이사가 (MIK와) 관련해 굉장히 강하게 부탁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두 번째이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서"라고 답했습니다.

이 기술이사가 돌아간 뒤 밤새워 고민했다는 홍 감독은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기억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당시 그는 '땅명보' 등 논란 속에 난도질당하듯이 인신공격을 당했습니다.

홍 감독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대표팀에서 물러난 날은 2014년 7월 10일이었습니다.

정확히 10년 뒤 대표팀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밝히게 된 셈입니다.

홍 감독은 "예전에 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기억 때문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 새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홍 감독은 "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버렸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를 드러냈습니다.

'10년 전 홍명보와 지금의 홍명보의 다른 점을 말해달라'는 말에는 "많이 다르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그때는 경험이 많이 부족했고, 축구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는 생각이었다"면서 "K리그 경험을 많이 했다.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을 보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울산 팬들에게는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울산은 광주에 0-1로 졌습니다.

이례적으로 50명 넘는 대규모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은 이날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경기 전 말했던 광주 이정효 감독은 울산전 4연승을 이어가며 '주인공'으로 떠났습니다.

이정효 감독은 '차기 대표팀 사령탑'과 지략대결에서 승리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한 것에 대해 "22경기 중 한 경기에 불과하다. 똑같은 1승"이라면서도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왔을 때 광주를 알리고 선수들을 알린 것이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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