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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종오를 10점 이상 제친 박인비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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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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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진종오(사격), 박인비(골프), 김연경(배구), 김소영(배드민턴), 이대훈(태권도) 이미지 확대하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할 한국 후보 선출 과정에서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여자 골프 스타 박인비 선수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상됐던 '사격 황제' 진종오 후보를 10점 이상 차로 따돌리고 한국 후보로 사실상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후보 선정 절차는 평가위원회(10일), 전직 대한체육회 회장 등으로 구성된 원로회의(14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의결(16~17일) 순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일 평가위원회에서 박인비 후보가 만장일치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면서 나머지 2가지 절차는 그야말로 '요식 행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14일 원로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바로 후보가 결정 났다. 더 이상의 논의가 필요 없을 만큼 큰 차이였다"고 말했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박인비 후보 이미지 확대하기

결국 내년 IOC 선수위원 선거에 나갈 한국 최종 후보 1명은 지난 10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평가위원회의 개별 심층 면접에서 결판이 났다는 뜻입니다. 1인당 약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비공개 면접에는 박인비와 진종오(사격), 김연경(배구), 이대훈(태권도), 김소영(배드민턴) 모두 5명의 후보가 참석했습니다. 애초 양궁 국가대표 오진혁도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프랑스 월드컵 대회와 전지훈련에 참가하느라 면접에 참석하지 못해 기권 처리됐습니다.

후보 5명의 심층 면접을 담당했던 평가위원회는 총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김종훈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 겸 명예대사가 평가위원장을 맡았고 국제위원회 2명,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선수위원 2명, 영어 전문가를 포함한 외부 인사 3명이 평가를 맡았습니다. 심층 면접에 나섰던 평가위원들의 말은 이렇습니다.
 
"진종오가 국제대회 성적에서 앞서고, 김연경은 인지도와 인기 면에서 강점을 보였다.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는데 막상 인터뷰를 하고 보니까 뜻밖에 박인비가 압도적이었다. 일단 영어 구사 능력에서 다른 4명의 후보보다 훨씬 뛰어났다. 영어 능력 외에 한국어로 진행된 다른 질문에도 빼어난 답변으로 평가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림픽 전반에 관한 지식이 풍부했고 IOC 선수위원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또 선수위원이 반드시 되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보이는 등 다른 후보들보다 본선 무대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평가위원들에게 심어줬다."

유력한 후보로 예상됐던 진종오 후보 이미지 확대하기

여러 평가 항목 중에 박인비가 진종오보다 뒤진 부문은 딱 하나, 바로 국제대회 성적이었습니다. 진종오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한국 선수로는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입니다. 박인비는 골프가 108년 만에 올림픽에 복귀한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LPGA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국제대회 성적 평가에서 박인비가 올림픽 금메달이 4개나 되는 진종오에 3점 뒤졌을 뿐, 나머지 평가 요소에서는 거의 대부분 최고 점수를 받아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평가위원회로부터 박인비가 받은 점수는 총점 80점이 넘어 2위를 기록한 진종오보다 10점 이상 많았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위원회 의결까지 마치면 이달 안에 IOC에 박인비를 최종 후보로 통보할 예정입니다. IOC 선수위원은 내년 파리올림픽 기간에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선출되는데 당선되는 인원은 총 4명입니다.

IOC 선수위원 국내 후보자로 박인비(골프) 선수를 추천하는 것으로 의결한 대한체육회 이미지 확대하기

박인비는 지난 10일 면접을 앞두고 "유승민 현 선수위원이 선거 때 450㎞를 걷고 체중이 6㎏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500㎞를 걸어서 10㎏ 감량하는 걸 목표로 해보겠다"며 당선에 대한 굳은 각오를 나타냈습니다.

역대 한국 출신 IOC 선수위원은 2명입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처음으로 선출됐고,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2016년 리우 올림픽 기간에 뽑혀 내년에 8년의 임기를 마칩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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