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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체부 체육회 로잔 사무소 불필요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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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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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스위스 로잔 연락사무소 설치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정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굳이 로잔에 별도의 사무소를 차릴 필요가 없다"며 예산 집행 승인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잔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하계올림픽종목국제연맹연합(ASOIF) 등 세계 스포츠를 주도하는 거대 기구와 국제체조연맹(FIG), 국제펜싱연맹(FIE),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등 종목별 국제연맹(IF), 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도핑 검사 기관인 국제검사기구(ITA)를 합쳐 49개 스포츠 기구를 거느린 명실상부한 스포츠 수도입니다. 김재열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본부도 로잔에 있습니다.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 확대하기

대한체육회는 지난해부터 '로잔 국외 연락 사무소' 설치를 추진해왔습니다. 스포츠 외교의 최일선인 로잔에 연락 사무소가 생기면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을 아우른 최대 기관인 대한체육회가 여러 국제 스포츠 기구와 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국제 대회 유치 등과 관련해 체육회와 국제 기구가 상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고 체육회 직원이 현지에 상주하면, 체육회 산하 각 종목 단체는 종목별 국제 연맹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도 있습니다. 시차를 두고 전자메일 또는 국제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는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국제 스포츠계의 정보를 좀 더 빠르게 접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한체육회 이미지 확대하기

더군다나 지난달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겸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신규 위원으로 선출돼 18년 만에 한국인 IOC 위원 3명 시대가 열리면서 스포츠 외교력 신장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현직 IOC 위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김재열 회장 세 IOC 위원이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는 한국 스포츠의 유럽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도 이미 확보됐습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3년도 예산은 8억 원입니다. 사무소가 들어설 구체적 장소도 확정된 가운데 체육회는 내년 3월 개관 기념 국제 포럼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로잔 연락 사무소 설치 준비를 위해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됐던 국제통 출신 고위 간부도 지난달 체육회에 복귀시킬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진=문체부 제공,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하기

그런데 뜻밖에도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금까지 승인을 미루고 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가 밝힌 입장은 이렇습니다.
 
"체육회가 제출한 연락 사무소 설치 목적을 보면 IOC위원 지원, 국제 교류, 네트워크 구축이 골자로 돼 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안에도 'IOC위원 지원부'와 '국제교류부'가 있어 굳이 현지에 사무소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필요할 경우 로잔에 출장을 가면 되지 체육회 직원이 1년 내내 상주할 필요가 있겠는가? 다른 국가가 로잔에 이런 사무소를 설치한 사례도 없다. 당장 국제 대회 유치 계획도 없는 상태이다. 지난해 국회의원들이 정부 입장을 질의했을 때 문체부가 연락소 설치안을 수용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때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로잔에 연락 사무소가 설치될 경우 예산의 방만한 운영으로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별도의 사무소 설치 대신 현지에 체육회 직원을 파견해 스위스에 있는 한국대사관이나 IOC 본부 건물 사무실을 빌려서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면 예산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이런 주장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제(7일) 열린 제25차 이사회에서도 로잔 연락 사무소 설치안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습니다. 체육회는 "스위스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로잔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베른에 있어 큰 의미가 없다. 또 IOC가 특정 국가의 연락 사무소를 자신의 본부에 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로잔에 현지 사무소가 설치된다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문체부도 이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굳이 8억 원을 들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입니다. 즉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국회 예산안 심사 때 대한체육회 로잔 연락소 설치안을 수용했습니다. "그때는 구체적인 계획을 몰랐기 때문에 수용했지만 지금 와서 검토해 보니 문제가 있다"는 해명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만약 문체부가 확정된 사업을 이제 와서 끝내 거부할 경우 정부의 신뢰도에 금이 갈 뿐 아니라 체육회와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지게 됩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현재 박인비 선수가 신임 IOC 선수위원을 향해 뛰고 있고 2024 파리하계올림픽이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무작정 계속 시간을 끌 경우 한국 스포츠에 부정적 영향만 끼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정말 '가성비'가 걱정된다면 로잔 연락 사무소를 한시적으로 약 2년만 운영해본 뒤 이후 그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합니다.

(사진=문체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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