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체육계 남현희 자진 사퇴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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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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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사퇴가 답이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42세)에 대한 국내 체육계의 여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7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25차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남현희 씨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남 씨는 그 전날인 6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고 그다음 날인 8일에도 경찰서에 출두했습니다.
현재 남현희 씨는 대한체육회 이사와 대한펜싱협회 이사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임기는 내년에 끝납니다. 하지만 국내 체육계는 남 씨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두 단체의 임원인 이사로서 정상적인 역할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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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7일 대한체육회 이사회 현장에서 여러 이사들을 만나 의견을 물어봤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생각도 취재했습니다. 대다수 견해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어찌 됐든 체육인 망신을 시킨 남 씨가 조속히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남 씨가 자진 사퇴를 거부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대한체육회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남현희 씨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는 해임을 비롯한 중징계를 결정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소가 되지 않거나 기소되더라도 무죄를 받을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대한체육회와 대한펜싱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보면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 징계 심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이 규정을 적용해 징계를 내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남현희 씨가 체육인으로서 실제로 품위를 심히 훼손했느냐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남 씨가 체육인으로 품위를 심히 훼손했다고 보는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남현희 씨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무수한 금메달을 따낸 스타 선수이다. 선수 시절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두뇌 회전이 빠른 선수로 평가돼 왔다. 그런데 남 씨는 현재 전청조 씨에게 모두 속았다. 즉 자신은 전적으로 피해자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전청조 씨의 사기 행각은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수준이다. 일반적인 사고 능력만 갖췄어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절대로 속아 넘어가지 않을 만큼의 유치한 사기극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여자였다가 남자로 성전환했다는 전 씨가 어떻게 남 씨를 임신시킬 수 있는가? 이밖에 전 씨는 상식 이하의 말을 숱하게 했는데도 남 씨는 전 씨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재혼하기로 했다. 남 씨가 정말 완전히 속았다면 그런 사고 수준으로 앞으로 어떻게 대한체육회 이사와 대한펜싱협회 이사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자격 미달이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남현희 씨를 징계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소수이지만 있습니다. 남 씨가 올림픽 메달리스트이고 유명 스타로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사기극을 당한 것은 어디까지나 남 씨의 사생활이란 것입니다. 지금까지 스포츠계에는 황당한 사기를 당한 많은 스타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사기 피해자라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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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씨,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 씨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수 십 억대 투자 사기 혐의가 드러난 전청조(27세) 씨는 지난 10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전 씨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23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8억 원가량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경찰 조사의 핵심은 남현희 씨가 전청조 씨의 사기 행각을 정말 몰랐는지, 범행을 인지했다면 어느 시점에 알았는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남 씨의 연루 여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많은 피해자가 나오는 등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남 씨가 대한체육회와 대한펜싱협회 임원직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게 중론입니다.
대한체육회가 남현희 이사에 대한 해임을 결정하려면 대의원총회에서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남 씨가 명예롭지 못한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모든 공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게 도리라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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