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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에…해병대 훈련하러 간 국가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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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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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어제(18일),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해병대 훈련에 나섰습니다. 내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정신력 강화를 위해서라는데, 시대착오적 행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일이었던 지난 10월 8일, 우리 선수단의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기흥/대한체육회장 : 국가대표 선수들은 해병대 가서 극기훈련을 저도 같이 한 번 하고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귀를 의심하며 농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올겨울 가장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지금 이 말이 현실이 됐습니다.

높이뛰기 우상혁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포함된 400여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제 포항 해병대에 입소해 2박 3일간의 훈련 일정에 들어갔습니다.

군 시설이어서 자세한 훈련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복창합니다. 앞으로 밀착!]

[대한체육회 관계자 : 국가대표 선수로서 함양해야 할 국가관 교육이라든가 협동심과 단합력을 키우는 훈련 체험하는 것이고요.]

과거 군사독재 시절부터 '한국식 지옥훈련'의 상징으로 여러 종목에서 애용하던 군부대 훈련은, 한국 스포츠가 현대화되고 스포츠 과학의 성과가 훈련에 반영되면서 최근에는 거의 종적을 감췄습니다.

선수들의 정신력, 경기력 향상 효과는 확실치 않은 반면 반인권적이고, 부상 위험을 높인다는 '상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인데, 체육회장의 말 한마디에, 과거에도 보기 어려웠던 '전 종목 국가대표 해병대 훈련'이 열린 겁니다.

[A 씨/스포츠 심리학자 : 창조적인 것들로 운동을 즐기는 쪽이 운동선수로서의 최고의 정체성인데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그대로 행하는 게 군인의 정체성의 생명이잖아요.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으면 퍼포먼스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체육회는 올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선수들에게 자율을 허용했다가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선수촌 내 심야 와이파이 사용을 금지하고 새벽 산악훈련을 부활시키는 등 예전 방식으로 회귀를 시도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은 내일까지 군복 차림으로 찬바람을 견뎌야 합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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