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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인촌 장관 vs 이기흥 회장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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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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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한국 스포츠를 움직이는 양대산맥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해묵은 갈등이 최근 들어 더욱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싸움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대한체육회 이미지 확대하기

포문은 대한체육회가 먼저 열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과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운영 계획 안건을 심의·의결했습니다.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건립은 49개 국제 스포츠 기구가 있는 로잔에 스포츠 국제 협력 강화, 대한민국 선수단의 유럽 전지훈련 거점 센터 설립 등 중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상주 직원을 파견하는 체육회의 역점 사업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정부 예산 8억 원을 확보했고, 내년 정부 예산 4억 원이 편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체육회는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건립이 스포츠 분야 글로벌 인재 양성과 국제 스포츠 외교 역량 강화라는 정부 정책과도 직접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문체부가 국회 예산 심의를 거친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조성 사업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참조>
▶ [단독] 문체부 "체육회 로잔 사무소 불필요" (11월 8일 취재파일)

체육회는 또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논의를 거쳐 변경을 의결한 정관 개정 요청에도 문체부가 어떠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체육회는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임원의 결격 사유를 명시한 정관 30조 1항의 6호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을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해당 직이 아니게 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포함한다)으로 바꿨습니다. 이를 두고 문체부는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정관 변경 승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의원 총회의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친 정관 변경 승인 요청과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추진이 문체부의 벽에 가로막히자 체육회와 대의원들은 체육 단체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문체부의 간섭이 지나치다고 반발하면서 집단 행동까지 예고했습니다.

대한체육회와 체육인들이 강하게 나오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맞불'을 놓았습니다. 유인촌 장관은 먼저 로잔 사무소 건립에 대해 "지금으로선 건립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유 장관은 "세계에서 로잔에 사무소를 둔 나라는 없으며 국제 대회 유치가 목적이라면 필요할 때 설치하고 철수하면 된다. 현재 유치가 확정되지 않은 대회는 2036년 하계올림픽이다. 긴축 재정 상황에서 매년 몇억 원씩 들어갈 현지 운영비를 당장 필요한 선수 육성 등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진=문체부 제공,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하기

유인촌 장관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국가대표 선수 해병대 훈련과 관련해서도 "과학적인 종목별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올려야지, 이런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하계올림픽에 대비하려면 대표 선수들이 역량을 발휘할 맞춤형 훈련 방법을 더 연구해야 한다. 정신력 강화는 선수촌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엄동설한에 선수들 부상 우려도 있다. 간섭한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지켜봤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쓴 소리를 했습니다. 해병대 훈련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기 때문에 결국 이 회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셈입니다.

유인촌 장관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아킬레스건'인 대한올림픽위원회(IOC) 분리도 거론했습니다. 유 장관은 "생활체육과 엘리트 발전을 위해 체육계의 오랜 논쟁인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한체육회에서 대한올림픽위원회(IOC)가 분리되면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은 사실상 '차포'를 잃는 셈이어서 오랫동안 결사반대 해왔습니다.

그럼 유인촌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왜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요? 국내 체육계 사정에 정통한 A 씨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를 관리 감독하는 상급 기관이다. 당연히 체육회가 문체부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기흥 현 회장은 여러 정권에 걸쳐 오랫동안 문체부와 각을 세워왔고 결과적으로 문체부가 원하지 않는 일도 다른 방법을 동원해 해결한 경우가 많았다. 그가 여야 정치권은 물론 행정부 곳곳에 지인이 즐비해 '고공 플레이'에도 능한 데다 무엇보다 '전투력'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1년 뒤에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있는데 이기흥 회장이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로잔 사무소를 승인해줄 경우 이는 이기흥 회장의 업적이 되면서 3선 가도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체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해주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관을 개정해주면 현 정치권 인사는 사실상 회장 출마가 봉쇄된다.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의 3선을 막을 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도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출마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기흥 회장의 3선이 유력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문체부가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이다."

유인촌 장관이나 이기흥 회장 모두 이른바 '싸움닭' 스타일로 분석됩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데 강하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중론입니다. 따라서 조만간 두 기관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기흥 회장은 우리나라 스포츠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민관 합동 기구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책위는 그제(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5개년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는데 당연직 민간 위원인 이기흥 회장의 불참은 문체부의 일방적인 위원 구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으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기흥 회장 세력인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회원종목단체, 시도체육회, 시군구체육회 등이 다음 달 16일 서울에서 대규모 '체육인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체육인들은 문체부를 강력하게 규탄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쉽게 말해 '문체부 성토 대회'가 열리는 셈입니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판국인데 많은 체육인들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문체부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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