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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만에 남자의 벽 넘은 세계 최정상 박세리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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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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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사진=연합뉴스)
세계 스포츠사를 수놓았던 명승부와 사건, 인물, 교훈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별별스포츠+', 역사와 정치마저 아우르는 맥락 있는 스포츠 이야기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에서 남성과 여성은 당연히 따로 경기를 합니다. 맞대결을 펼칠 경우 남성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포츠 역사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골프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 편에서 다뤘던 빌리 진 킹과 바비 릭스의 세기의 테니스 성대결 훨씬 이전에 골프에서 먼저 여성이 남자들과 기량을 겨룬 것입니다.

오늘은 남자 선수들과 성대결을 벌여 세계적 화제를 모았던 골프 스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58년 만에 도전한 소렌스탐의 좌절
골프에서 성대결의 원조는 올림픽 육상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던 스포츠 만능 원더우먼 '베이브' 디드릭슨 자하리아스입니다. 자하리아스는 1945년 미국 프로골프투어, 즉 PGA 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컷을 통과하는 위업을 세웠는데 그 뒤로는 도전하는 선수가 오랫동안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58년이 지난 2003년 당시 여자 골프 세계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이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는 발언을 해 골프계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 선수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소렌스탐이 아무리 여자 최강이라고 하더라도 남자에게 비거리에서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소렌스탐은 여자 선수로는 장타자였습니다. 드라이브샷 평균거리는 265야드로 LPGA 투어에서는 4위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들의 무대인 PGA 투어에서 이 거리는 190위권으로 거의 최하위였고, 남자 선수 평균에도 약 20야드 정도나 뒤졌습니다. 그래서 필 미켈슨 등 남자 스타들은 거리상의 이유로 소렌스탐의 도전을 평가절하했습니다. 일부 남자 선수들은 소렌스탐이 쇼트 게임 능력과 샷의 정교함은 남자에 뒤지지 않는다며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소렌스탐의 도전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자 대회 주최 측은 소렌스탐을 배려했습니다, 소렌스탐은 2명의 남자 선수와 동반 라운드를 했는데 그렇게 강자가 아니었고 비거리가 유난히 짧았습니다. 소렌스탐은 결혼식 때보다 더 긴장된다며 컷 통과를 자신했는데 도박사들은 1라운드 평균 76.5타를 예상하며 예선 탈락을 점쳤습니다.

소렌스탐은 2003년 5월 22일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콜로니얼 클래식이란 대회에 출전했는데요, SBS가 단독 위성 생중계를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현지에 엄청난 취재진과 수많은 갤러리가 몰렸는데 시선은 온통 소렌스탐에게 쏠렸습니다. 소렌스탐도 엄청난 부담을 느꼈습니다. 첫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날린 뒤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윌슨과 걷는 소렌스탐 윌슨과 걷는 소렌스탐
첫 버디는 4번째 홀에서 나왔는데 4m 거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습니다. 소렌스탐의 샷은 정교했지만 비거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또 퍼팅이 33개로 하위권이었습니다.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1오버파, 소렌스탐은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73위에 그쳤습니다. 그래도 같이 플레이한 윌슨과는 동타, 바버에는 1타를 앞섰습니다. 여자 선수로는 58년 만에 PGA 투어에 도전한 여자골프의 일인자 아니카 소렌스탐의 꿈은 2라운드에서 깨졌습니다. 2번 홀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며 환호했지만 이후 5개의 보기로 무너졌습니다. 고비고비마다 퍼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합계 5오버파로 기준타수에 4타 뒤진 컷오프 탈락.

마지막 홀에서 마지막 퍼팅을 마친 뒤 소렌스탐은 큰 짐을 벗어버린 듯 겉으로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수많은 갤러리의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지만 골프여왕은 그린을 뒤로 한 채 라커룸으로 향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던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소렌스탐의 도전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세계인의 관심사였습니다. 이후 소렌스탐은 더 이상은 PGA 투어에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박세리는 해냈다.. 국내 남자 대회에서 공동 10위 박세리
소렌스탐의 꿈이 좌절된 지 4개월 뒤인 2003년 9월 골프여왕 박세리 선수가 남자와 기량을 겨루겠다며 새로운 도전을 깜짝 발표했고 한 달 뒤 열리는 SBS 프로골프 최강전 남자대회에 출전해 국내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성대결을 펼쳤습니다. 박세리가 누구입니까? 한국 최고의 선수이자 세계적으로도 소렌스탐, 그리고 카리 웹과 정상을 겨뤘던 골프 여왕 아닙니까? 당시 박세리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4승을 포함해 통산 21승을 거둔 최정상급 선수. 박세리는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국내 남자선수 110여 명과 레이크사이드골프장 서코스에서 한판승부를 벌였습니다. 양용은과 악수하는 박세리 양용은과 악수하는 박세리
SBS 최강전 남자 대회 1라운드는 10월 23일에 열렸습니다. 그해 지구촌 골프계를 강타한 성대결 열풍이 박세리의 SBS최강전 도전으로 절정에 이르렀는데요, 그동안 높기만 했던 남자무대의 벽을 과연 박세리는 넘을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박세리는 장타를 치는 신용진, 양용은 프로와 함께 같은 조에서 역사적인 성 대결을 시작했습니다. 양용은은 "10센티를 쳐도 한번 치는 거고 300야드를 쳐도 한번 치는 것이기 때문에 또 골프라는 게 알 수가 없는 게임이라 재밌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박세리의 드라이브샷은 남자선수들보다 20야드 이상 짧았지만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장타자들과 맞섰습니다. 파4 2번 홀에서 8m 버디 퍼트를 넣어 첫 버디를 기록했습니다. 파3 6번홀 171야드 거리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은 핀 옆 80cm에 붙어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결국 박세리는 버디 3개, 보기 3개로 이븐파를 치면서 공동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신용진과 양용은은 OB를 한 차례씩 내며 각각 이븐파와 7오버파로 부진했습니다.

2라운드에서 박세리 선수는 정말 긴장했습니다. 1945년 자하리아스 이후 58년 동안 그 누구도 넘지 못했던 컷 통과의 운명이 2라운드에 달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담 탓인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퍼팅이 몇 차례 홀을 돌아 나오며 갤러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파4, 13번 홀에서는 티샷이 벙커, 세컨샷은 물에 빠뜨리며 흔들렸지만 네 번째 샷을 멋지게 핀에 붙이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관리능력을 선보였습니다. 버디 1개에 보기 3개로 2타를 잃은 박세리는 합계 2오버파로 기준 타수에 4타 앞서 무난히 컷을 통과했습니다. 2라운드까지 선두와는 4타차, 공동 29위를 기록했습니다. 2003년 그해 박세리의 도전은 골프 성대결로는 7번째였는데 이전엔 다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박 선수가 처음으로 컷을 통과하자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 7천 명의 갤러리들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58년 만에 남성의 벽을 넘어선 박세리 선수는 SBS 프로골프최강전에서 최종 합계 2언더파로 공동 10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스타임을 입증했습니다. PGA 투어보다는 코스가 쉬운 편이었지만 남자 프로들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박세리는 "제1의 목표가 컷 통과였는데 목표를 달성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오늘까지 좋은 성적 잘했다는 게 더더욱 기뻐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남자보다 더 멀리 친 '천재 소녀' 미셸 위도 컷 통과
소렌스탐이 성대결을 벌인 지 3개월 뒤인 2003년 8월 당시 만 13살의 골프 신동 미셸 위가 남자 대회에 출전해 성대결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컷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2006년 5월 미셸 위는 한국에서 열린 남자 프로골프대회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해 남자선수들과 기량을 겨뤘습니다.

이때 성대결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남겼는데요, 1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속한 남자 선수가 바로 당시 간판스타 김대섭이었기 때문입니다. 정교한 아이언샷과 쇼트 게임의 귀재이었던 김대섭은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짧은 선수였는데요, 미셸 위와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되자 누가 더 멀리 치는지에 온통 관심이 쏠렸습니다. 1만 명에 가까운 갤러리가 보고 있고 TV 생중계가 되는 가운데 만 16살의 소녀 미셸 위는 300야드 이상을 펑펑 때렸습니다. 반면 남자 선수인 김대섭은 있는 힘껏 쳐도 미셸 위에 뒤졌습니다. 이 경기 이후 김대섭은 한동안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미셸 위
천재 골프 소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미셸 위는 1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 공동 28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공동 17위로 컷을 통과했습니다. 2003년부터 7번 성대결을 펼쳐 모두 실패했는데 8번째 도전 만에 즉 7전 8기 만에 컷을 통과한 것입니다.

세계 골프계는 처음엔 천재소녀의 장타력에 놀랐지만 번번이 컷 탈락하는 미셸 위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여자대회로 돌아가라는 조롱까지 있었지만 미셸 위의 집념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7전 8기 만에 성 대결 컷 통과에 성공한 미셸 위는 최종합계 3언더파 공동 35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미셸 위는 "한국에서 처음 컷 통과한 게 너무 행복했고요. 더 연습 많이 해서 톱텐 많이 하고 꼭 우승도 하고 싶어요. 많이 응원해 주세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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