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마다 감독이 생각하는 축구가 있잖아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어떤 축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은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을 법합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질될 걸로 전망되던 시기였습니다.

광주의 구단주인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기자들과 차담회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주장하며 "양해를 구해 이정효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보내면 좋겠다"고 추천했습니다.

구단주가 직접 사령탑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축구계에서는 농담이라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발언입니다.

이 감독은 오늘(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강 시장의 발언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며 웃었습니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팀) 리더를 얼마나 믿지 못하셨으면 그런 말을 하셨을까 싶다. 나한테 능력이 있다고 칭찬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팀 운영에서도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 감독은 "도대체 무슨 축구를 할 건지를 정하고 그에 맞는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축구를 해왔는지 어떤 시스템을 꾸렸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유명하다고 데려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빌드업 축구'를 강조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2022 카타르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놓은 이후 한국 축구에는 경기 철학에 대한 질문은 자주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을 뽑는 와중에도 지도자의 국적, 임시직 수용 여부, 라커룸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보유했는지 등만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양상입니다.

이 감독은 평소 개별 구단 운영과 관련해 팀 시스템, 축구 철학, 지도자의 장기적 비전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건강한 팀'이자 명문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이 감독은 "그냥 (선수를) 뽑아두고 '어떻게 해줘'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 한국팀의 기본적 철학에 맞는 감독을 데려오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현대 감독

현역 시절 클린스만 전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공격수, 수비수의 관계로 마주한 적이 있다는 전북 현대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도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접했다고 했습니다.

풀백으로 뛴 페트레스쿠 감독은 1994-1995시즌 셰필드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했습니다.

당시는 클린스만 전 감독이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전방을 누빌 때였습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요즘에는 감독이라면 결국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만약 (클린스만 전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다면 경질이 아니라 다른 상황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모든 게 전부 문제가 된다. 없던 문제들도 보이기 마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한 사령탑이 클럽팀과 대표팀을 모두 지휘하는 '겸직 형태'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클럽팀 감독 신분인데도 루마니아축구협회로부터 세 차례 대표팀 감독 제안을 받았다는 그는 겸직하겠다고 '역제안'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러나 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습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한국 지도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임시로 잠깐 (두 팀을) 맡는 정도라면 그렇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