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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악몽의 데자뷔…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달라하라 편지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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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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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악몽의 데자뷔…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달라하라 편지③] 이미지 확대하기
▲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렇게 과달라하라에서 마지막 편지를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오늘 오전 홍명보 감독은 결산 기자회견 대신 사퇴 뜻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고, 대표팀은 여러 그룹으로 찢어져 부랴부랴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TV에선 미국 LA에서 열리는 남아공과 캐나다의 32강전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우리가 저기 있었어야 했는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도 축구팬들의 분노는 홍명보 감독을 향했습니다. 그 비난의 수위가 절정을 향할 때, 개최국 브라질이 준결승에서 독일에 '7대 1'로 참패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미네이랑의 비극'입니다. 우승을 꿈꾸던 '삼바군단'이 '전차군단'에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겁도 났습니다. 축구에 미친 나라, 브라질에서 혹시나 폭력적인 일이 일어나진 않을지 말이죠.

그런데 더 충격적이었던 건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주니뉴 파울리스타가 영국 공영방송 BBC에 나와서 한 평가였습니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주니뉴 파울리스타 이미지 확대하기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주니뉴 파울리스타

"이 충격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몇몇 선수들은 다시는 브라질 유니폼을 입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 선수들을 비난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우리는 오늘 경기장에서 확인했어요. 독일은 우리에게 축구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줬어요. 우리는 거기서 배워야만 해요. 우리가 허용한 7골로부터 말이죠."

"우리는 이제 한 발 떨어져서 뭐가 잘못됐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특히 유소년 교육에서 잘못된 게 무엇인지 살펴보고 고쳐야 합니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을 마친 주니뉴에게 BBC 기자는 위로의 말로 시간을 정리하려 했습니다.

"오늘 마음이 무척 많이 상하셨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그때 주니뉴가 인사 대신 다시 입을 뗐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나는 축구를 좋아해요. 나는 전에도 말한 적이 있어요. '나는 독일 축구의 팬이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행복해요. 이게 축구가 원하는 결과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차분해져야 해요. 그리고 브라질 축구의 문제가 무엇인지 신중히 찾아내야 해요."

그 시절 우리는 주니뉴처럼 차분하고 신중하지 못했습니다.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생활을 들추고, 업무 태도를 비난하고, '의리 축구'라는 프레임을 씌워 조롱하고 욕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정작 중요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은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홍명보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하기

홍명보 감독 (사진=연합뉴스)


마치 12년 전 악몽이 반복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소셜미디어엔 온갖 욕설과 협박이 난무합니다. 인플루언서, 연예인은 물론 홍 감독과, 또 지금 대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었던 경기인들도 앞다퉈 비난의 수위를 높일 뿐입니다. 이른바 '사이다' 같은 욕설이 지금 당장은 성난 민심을 대변하고,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우리는 또 12년 뒤 같은 상황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정치인들은 으레 청문회를 준비하고, 진상 조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쇄신, 혁신, 책임, 개혁을 말하지만 정작 판이 깔리면 면박, 윽박, 협박, 고성이 난무했던 기억입니다. 물론 지금의 분노는 한국 축구를 근간부터 바로잡는 큰 동력이 될 수 있고, 부디 그래야만 합니다. 다만 주니뉴의 12년 전 한 마디를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We need now to sit back, see what's wrong with Brazil football which is something wrong. It is not because of this defeat. There's something wrong especially in the Academy, the way to play."
"우리는 지금부터 차분하게 우리 축구를 뭐가 잘못됐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오늘 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유소년 교육, 우리가 플레이하는 방법에 분명 뭔가 잘못이 있습니다."

벨기에 축구는 유로 2000에서 사상 첫 개최국 조별리그 탈락이란 성적표를 받은 뒤, 무려 2년 동안 문제점을 찾는 데만 몰두했습니다. 당시 벨기에 축구협회가 일일이 수집해 분석한 유소년 축구 영상 분량이 무려 1600시간에 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개발했고, 그 결과가 콩파니, 아자르, 데브라위너로 이어지는 '황금세대'의 출현이었단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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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찬 기자


2026년 6월 28일.
과달라하라에서 이정찬 드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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